Love poem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부를게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나는 아이유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도 몰랐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곡이 나온 1년 하고 좀 더 지난 20년 12월.

문득 '나의 아저씨' 리뷰를 보고, 그녀의 연기와 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의도치 않게 Love poem을 듣게 되었다.

 

첫 마디.

"누구를 위해, 누군가"

멜로디와 함께 압도되는 가사에 말로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슬프다고는 할 수 없는 곡조.

나른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체념한 듯한 분위기.

곡이 너무 좋은데, 좋은 감정 하나만으로는 젖을 수 없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무언가 바다도 호수도 아닌 곳에, 하늘이 다 비쳐보이는 얇은 물가에 혼자 서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저 너머로 바라보는, 한 발자국을 내딛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런 상상이 되곤 한다.

 

모르겠다.

아이유라는 사람은, 내 철없던 시절에 발매된 몇 개의 곡들로 기억이 남아있고,

당시의 곡의 감성과 20대 후반의 지금 내 감성은 전혀 결이 달라서

그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좋아하는 마음이 되긴 힘든 그런 가수였는데

 

내가 나이먹고 남들보다 늦은 걸음으로 세상을 하나 씩 알아간 만큼

똑같이 이 사회를 살고 늙어간 가수가 되어 다시 내게, 이 음악을 들어보라고 한다.

 

묘하다.

그 권유를 거절할 수가 없다.

 

유난히,

누구를 위해 누군가, 라는 가사만이 하루 종일 마음에 잔상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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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은 5월이 가고, 멀게만 느껴졌던 6월이 왔다.

그리고 내 인생작가의 블로그에서, 신작 (품절된 작품의 개정판이지만) 소식이 올라왔다.

 

6월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기뻤다. 이렇게 또 어떤 날짜를 기다릴 수 있다니. 설렜다.

 

돈은 있는가? 있기는한데 없기도했다. 세트로 사려면 비싸니까.

그렇잖아도 3월 말 이사이후 씀씀이를 줄여야 했고. 퇴사도 했고.

퇴직금은 받았지만 집구하는데 쓴 미리 부모님께 땡겨쓴 돈으로 갚아야했고.

이직으로 5월 월급을 두 번 받았지만, 내년 연말정산 때 폭탄으로 내야할테니 딴 주머니도 둘러매야했다.

 

시간은? 구매한들 읽을 시간은 있는가?

구판 데모닉은 8권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8권이 나머지 권들과 비교가 안될정도로 두꺼웠다.

이번 개정판은 새로운 내용이 많이 추가됬다고 들었는데, 심지어 9권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럼 충분히 읽을 시간이 없지 않겠나? 자네, 정말 그걸 다 읽을 시간이 있는겐가?

 

그래. 3부 블러디드 2권을 5월 말에서야 다 읽었다.

구매한게 작년인가 긴가민가 할정도로 오래됬는데 말이다.

그리고 작년에 구매했던 1부 윈터러 개정판도 이제 1권째 뽑아들었다. 6월에서야.

 

그러니 장담할 수가 없는거다.

현재 작가님이 블러디드 3권을 연재중이니, 조금 더 인내력을 발휘하면 종이책으로 출간될것이 자명한 사실.

그럼 그 3권이 나오기 전까지 윈터러 개정판 7권을 다 읽을 것인가?

 

그런데 데모닉 개정판을 산다고? 자네 시간이, 아니 생각이 있나?

 

 

사실 엄밀히 말해서 데모닉 개정판 구매를 놓친건 아니다.

애증의 알라딘에서 단독으로 내놓은, 굿즈. 블러디드, 윈터러에 이은 데모닉 굿즈가 12시간만에 품절이어서.

나는 그 굿즈를 놓쳐서 지금, 문화상품권과 급하게 끌어온 적립금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사실 나는 굿즈를 사고싶었던게 아닐까?

아냐. 그건 아니다. 분명 데모닉 개정판을 못읽었으니, 읽으려고 사는거다.

근데 굿즈를 놓쳤다. 그리고 멋들여지게 책장을 개정판으로 채우고싶다.

얼마나 멋진가?

 

물론 책장이 좁으니 세월의 돌이나 태양의 탑을 다른 곳으로 옮겨두어야 하겠지만.

 

 

 

그래, 이렇게 속상한 마음을 여기에 달려와서 몇 자 적어보니 이제 좀 진정이 됬다.

사고싶었던 책이고, 그만큼 기다렸고. 너무 좋아하는 작가의, 사랑해마지않는 작품의 신작이다.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이다.

 

그러나 잠시 참아보자.

굿즈를 놓친건 뼈아프지만,

이번 주말에 블러디드 변색 머그컵에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가 쓴건지, 데모닉 변색 캔비어 글래스를 못구한게 씁쓸한건지 알 수 없어,

당장 맥주를 꺼내 윈터러 유리잔에 따라 마시고 싶을 것 같은 기분이 벌써 예상된다.

 

아. 중독이다 분명.

사고싶은 리스트가 많고, 나름 아끼고 참고 있었는데 여기서 한 번 시험당하니 멘탈이 너덜너덜하다.

 

그만하고, 오늘은 나를 위로할 겸 퇴근 후에 읽던 윈터러 1권을 읽자.

안읽으면... 그래 주말에 읽자. 씁쓸하더라도 읽어 달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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