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책을 아무데나 두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돈된 모습으로 책이 진열되있어야 마음이 편안했는데,

다시 어지럽히기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새로운 책들도 사고 다시는 안 읽을 것 같은 책을 팔았더니

다시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 오더랜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 권씩을 책장에서 뺐고,

그 중에 어떤 것을 읽을지 행복하면서 괴로운 고민에 빠졌고,

결국 읽다가 다른 것이 읽고 싶으면 근처에 있는 책을 집고.


하루 중 밤은 아쉬울 정도로 짧아서 다음 날을 위해 내려놓으면

주변에 여러 권이 누워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 널브러진 책들을 가만히 보고있으면 그들이 꼭 말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너, 나 읽다가 금방 포기했어.

쟤 읽을거면 나는 왜 뺐어.

그래도 책장에 있을 때보다야 낫다.

한 번은 쳐다봐 줬구나?


언제 쯤 다 읽을래, 나도 만만치 않은데.

어쭈, 저번보다 속도가 빠르다?

내 가족은 어디있어, 아래 책장은 시리즈로 다 모여있는데..


집에 있는 시간 중 눈길 닿는 곳 마다 있는 책들이 새삼 너무 귀엽다.


뭐라도 찍어 바르려고 들이대는 거울 옆 책장에.

출근 전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는 탁자 위에.

집에 오자마자 손대는 책상 위 키보드 앞에.

잠자러 눕는 곳 바로 옆 손 닿는 곳에.


각양 각색의 책들이 당시의 읽을 욕망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게,

요근래의 소소한 행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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